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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1 [Book]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007. 1. 21. 16:57 이제까지 한 일/읽어본
제목부터 화려하지 않은가?
'상실의 시대 (Norwegian Wood)'를 읽고 하루끼에 대해서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나의 반응에 형석이가 추천해준 책.


1984년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나르의 '개미'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의 탄탄함. 화려하면서 쓸쓸한 언어. 하루끼 특유의 자아에 대한 고찰.
모든 것이 뇌리에 깊이 남은 책이다.


자아의 육체라는 커다란 '벽'을 두고(또는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꿈 사이의 커다란 벽), 외부 세상은 그야말로 hard-boiled wonderland 다. 계산사와 기호사라는 전문화된 직업.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세상에서 '나'는 그냥 그런 삶을 살아간다. 다만 현실에 아직 희망이 있다면 아직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사별?한 '나' 가 겪는 사랑 또한 그야말로 이상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나'의 내부에서는 커다란 벽에 둘러쌓인 '비감정'의 세계 - 세계의 끝 - 에서 또 다른 '나' 가 살아가고 있다. 원더랜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나'의 내면은 일각수의 두개골에서 빠져나가는 꿈처럼 차츰 감정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 곳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이상하리만치 말이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심지어 그것이 아무런 의미(사회적으로)가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만 하나,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낸다면 말이다.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작가는 감정을 가진 개체로 묘사한다. 실제로 떼어낼 수 없지만, 그것을 떼어냄으로서 감정의 분리를 묘사한다. 자아가 행동함에 따라 그대로 반응을 보여주는 그림자는, 개인의 행동을 여과없이 드러내주는 '감정'을 의미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평면에 투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상대방의 오해를 사기도 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때론 솔직한 감정. 이것이 자신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평화, 평온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가는 묻고 있다.


사실 작가가 나눠놓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그 그대로일 수도 있지만, 서로 반대를 가리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나치리만큼 냉철하고 이상한 내면세계를 가진 '나' 가 세계의 끝이라 생각되는 이상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
어느 쪽이 세계의 끝이고, 어느 쪽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구분마저 모호해지는 곳.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는데, 네이버에서 보니 두권 사도 만원 갓 넘는군.

강추다.
posted by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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