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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이래도 일제 지배가 긍정적인가

1997년 영국은 155년간 중국에서 '빌렸던' 홍콩을 돌려주었다. 홍콩이 반환되는 날은 당연히 온 영국 언론이 떠들썩했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홍콩이 넘어가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영국이 홍콩을 식민 지배하면서 민주적 선거를 최초로 허락한 것은 94년이었다. 자기들도 민주주의를 허용한 지 3년밖에 안 되었으면서 중국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걱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 잣대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문제로 언론에 등장한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애당초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영국에 홍콩을 '빌려준' 것은 아편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아편전쟁은 영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누적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하여 영국 정부 관인까지 찍어 공공연하게 매매하다가 중국이 이를 중단시키려 하자 일으킨, 제국주의 전쟁치고도 부끄러운 전쟁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반성은커녕 언급조차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제국주의 전력이 있는 나라들은 이같이 자신들의 과거 행각에 대해 망각 증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증세가 심각한 것이 일본인데, 최근에는 일부 우리나라 사람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참여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은 객관적 자료의 이용이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물론 식민 지배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정치적 독립성, 민족의 정체성, 문화 전통 등 수량화할 수 없는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수량화가 가능하여 비교적 객관성이 높은 경제적 자료만 보아도 일제가 남긴 유산은 보잘것없다.

세계적 역사통계의 권위자인 앵거스 매디슨 박사가 89년 발간한 '20세기 세계 경제'에 의하면 1913~18년 우리나라 연간 1인당 경제성장률은 2%가 조금 넘었다. 이는 60년대 이후 외환위기 때까지 우리가 기록한 연평균 6%가량의 성장률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이다.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2%로 성장해 소득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36년이라는 기간 중 6%로 성장하면 소득이 8배 이상 증가하게 되는 엄청난 차이다.

그나마 이것도 일제에 유리한 비교인데, 이는 30년대 이후 일제하에서의 경제성장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위한 전시경제 체제하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지탱이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전시경제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붕괴해 국내총생산(GDP)은 1950년까지도 38년의 72%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광복 이후 식민지 착취하의 생활고에 못 이겨 해외로 이주했던 많은 동포가 돌아오면서 1938~50년 인구가 35%나 늘어났고, 따라서 1913년과 50년을 비교하면 결국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성장한 것이 아니라 연평균 0.2%의 속도로 수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성장의 과실도 그나마 매우 편중되게 분배되었다. 일제 시대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에 관한 신빙성 있는 자료는 별로 없지만, 당시 일본의 소득분배가 국제기준으로 불평등한 편이었던 데서 유추해 보면 식민지인 한국의 소득분배는 굉장히 불평등했다고 보아야 한다.

비경제적 측면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일부에서는 일제가 영국 등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 달리 현대식 교육을 보급하여 후일 한국 등 식민지들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45년 광복 직후 우리의 문맹률은 78%로 영국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의 62%(47년), 짐바브웨의 64%(45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정치적.문화적으로 온갖 굴욕을 당해가면서 35년간 일본의 식민지 결과 1인당 소득은 식민지가 되었을 때보다 낮아졌고, 그나마 그 소득도 지극히 불평등하게 분배되었으며, 대부분의 국민은 문맹으로 남아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데도 일제 지배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2005.03.18
posted by 이것저것
2007. 3. 24. 17:35 이제까지 한 일/읽어본
최근 신자유주의의 열풍에 관련 서적을 읽어보겠노라고 생각하고 빌렸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별로 재미없음을 겨우겨우 이겨내고 접하게 된 책.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post 또는 new Keynesian 이 주류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건지.. Keynesian의 기본은 fine-tuning 아닌가? 시장의 불완전성을 의식하고 정부가 적극적(혹은 보다 덜 적극적일지라도) 으로 경기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케인지언의 기본이었던거 같은데..
미국의 공세에서 계속되는 우리나라의 행보는 마치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무리들을 추종하는 듯 하다.

그토록 '완전'하다고 주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들 국가가 개입하면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시장이라는게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되는데, 무슨 배짱인지...
강자를 위한 합리성이지.

또한 현정부에 대한 막연한 지지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여러 분야에 따른 그들의 정책노선을 다시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주장하길 복지, 노동, 외교 문제 등은 진보적이나,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너무나 보수적이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너무나 입에 익숙해져서, 자유주의=민주주의라고 자연스레 인식하게 되는데 애초에 자유와 민주는 공존하기 힘든 것이라는. 둘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 것이지 하나를 선택한다고 다른 하나가 자연스레 따라 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등떠밀려서 '자유'를 수호하려고 하게 되면, 어두운 곳에서 '민주'라는 이념이 비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추!


ps: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되면 유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더해주게 한 책.

추가. 하지만 대세는 여전히 미국 ㅎㅎ;


2006.7.28.
posted by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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